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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연재] 피해의식 독립일기 (1) 본문
사실 이 책, 예전부터 몇 번이나 써보려고 노트북을 몇 번이나 켰었습니다. 그런데 매번 첫 페이지만 만지작거리다 닫곤 했습니다. 정리가 안 된 채로 마음속에 엉켜 있던 감정과 기억들이 예고 없이 튀어나와 저를 괴롭혔었습니다.
그 기억들은 꼭 이런 장면 같습니다. 불이 다 꺼진 깜깜한 방에서 누군지 모를 사람들에게 마구잡이로 맞고 있는 기분. 나는 아무것도 못한 채 그저 무기력하게 그 시간을 견뎌내야만 하는, 그런 답답한 장면 말이에요.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, 억지로 기억을 덮어버린다고 해서 마음이 정말 편해지는 건 아니더군요. 문제는 사라졌을지 몰라도 마음속에 남은 생채기는 좀처럼 아물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.
돌이켜보면 저는 '가시가 돋힌 의자'에 그냥 멍하니 앉아 있었던 것 같아요. 앉아 있으면 계속 가시가 살을 찔러서 아픈데도, 이상하게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게 무서웠습니다. '지금 일어나면 상처가 더 벌어지지 않을까?', '일어나는 과정이 지금의 상황보다 더 아프면 어떡하지?'하는 걱정들 때문이었죠. 그냥 아는 고통 속에 머무는 게, 차라리 마음 편하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 같습니다.
하지만 언제까지나 가시박힌 의자에 앉아 "나 너무 아파"라고만 할 수는 없겠더라고요.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않았더라도, 일단은 이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는 연습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
이 책은 대단한 극복기라기보다, 그 가시 의자에서 일어나기 위해 끙끙거렸던 저의 솔직한 기록입니다. 저와 비슷한 의자에 앉아 망설이고 있는 분들에게 "일어나는 것이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다 낫더라"라는 용기를 건네고 싶어 이 글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.
